
11년 전 일자리를 잡았다.
서울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살기 시작했다.
서울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발전소 앞이 아닌, 부산이 아닌, 해외가 아닌 기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곳에 살게 되었다.

서울은 내게 항상 많은 것들을 보여주었다.
조금만 밖에 나가면 찍을 사진이 수두룩 빽빽이었다.
작은 카메라, 큰 카메라 상관없이 가방 한 구석에 쑤셔넣은 카메라를 꺼내고 바로 한두장 남기면 될 일이었다.
사랑하는 순간들이 꽤나 많아 기분이 좋았다.

조금 멀어진 이 동네는 아직 어색하다.
그래서 항상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간다.
종종 지하철을 타곤 하지만 나갈 때마다 가장 머리속에는 기차 시간표를 떠올린다.
10분 거리에 있는 기차역이 마음에 들었고
15분 전에는 집에서 나가야지 하고는 매번 8분 전에 정신없이 발걸음을 떼엇다.

무궁화, 새마을, ITX, KTX 기차 종류도 많아졌다.
어려서는 무궁화 아니면 새마을이었다.
나는 옛날 기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꼬질꼬질한 의자 시트와 쿰쿰하게 배어이있는 찌든 냄새는 열차 칸에 탈때 코를 긁어낸다
금방 익숙해 지긴 한다만 그 익숙해지는 몇 분의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기차를 타면 매번 예전 사진이 생각난다.
가끔 멀리가는 기차에서 바라보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으로 머리를 채우고
다음 기차를 탈 때에는 그 풍경을 비운다.
쉽사리 기억나지 않는 사진을 남기고 지운다.
그래서 나는 기차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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