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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장비에 관한 생각 (20181104)



 10년간 사진을 찍으면서 그만큼 여러 카메라를 다루어 왔다. 대개 장비에 대한 욕심이 많이 컸었고 구매의 이유는 오로지 자기만족이었다. 지금 와서 보면 왜 그렇게 매달려서 장비를 구매했는지 조금은 스스로가 의아스럽기도하고 또 이렇게 사용 해 봤으니 이제서야 약간은 통달이 된 것 아닐까 싶다. 대개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렌즈 한 두어개 구매하게 되면 점차 장비에 대해 호기심을 많이 가지게 된다. 거기에 덕후기질이 있으면 각종 장비들의 스펙과 장 단점을 줄줄히 꿰게 된다. 근데 지금 이게 의미가 있을까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취직과 동시에 많은 부분을 정리하고 있었고 자연스레 놓게 된 것도 블로그였다. 학생때만 하더라도 집에 앉아있으면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내 생각을 많이 정리하곤 했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대부분은 장비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블로그 이름도 '내꺼이야기'가 아닌가. 아무튼 목적의식 없이 오랜시간 동안 장비에 대한 글을 적어 왔다. 단렌즈가 어떻게 줌렌즈가 어떻고 하는 식의 장황한 글들을 지금 와서 읽어보면 내가 저렇게도 생각했었구나 싶다. 

 

 뭐 어쨌든.. 지금도 완전히 덕후기질이 없어진 건 아니라서 이래저래 장비들을 보는걸 좋아하는데, 구매 욕구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단순히 고가 렌즈와 장비를 구매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내가 좀 더 사진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게 되었고 장비는 말 그대로 내가 상상하던 사진을 만들어주는 하나의 도구 일 뿐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구매하는 경우는 어떤 사진을 찍었을 때, 좀더 좋은 표현을 만들어내고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할 때 밖에 없다.


 사진에 있어 초기-중기에는 여러 렌즈들의 효과, 특성에 매달려 사진을 많이 찍게 되고 거기에서 배우는 여러 경험적인 지식들, 이론적인 지식들이 사진에 많은 도움이 된다. 표현력을 키우는 좋은 길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만 몰두하게 되어 카메라를 사고 렌즈를 구매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내가 사진을 찍는 건지 장비 테스트를 하는 건지 모르는 순간이 온다. 이 렌즈 보케가 어떻더라~ 카메라 연사가 좋아서 놓치지 않더라~ 하는 이야기로 사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면 분명 이는 사진을 위한 촬영이 아니게 된다. 여기서 벗어나는 것, 여기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찍고 싶은지, 표현하고자 하는 나의 감정과 생각이 어떤 것인지 먼저 고민을 하고 담아가며 거기에 부족한 장비들을 채워 넣는 것이 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왜 내가 사진을 찍을까. 도대체 사진을 찍고 남은 결과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매 번 생각하고 고민해야만 정말 내가 사용하는 장비들이 비로소 가치가 있는게 아닐까 싶다. 어찌 보면 꼰대같은 생각일 수 있겠지만, 예술병 걸린거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본질을 잊어버리게 되면 사진생활에 의미가 있을지 다시한번 되뇌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