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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거리

행사사진 함부로 부탁하지 말자.










사진동호회나 여타 사진,카메라 관련 모임에서 항상 이슈가 되는 것들이 있다.

지인,친척의 행사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진을 찍는 이야기이다.

내 주변에는 아직 그런 일이 없었기에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부탁을 받으면 반드시 거절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드디어 나도 똑같은 경우가 생겼다.

사촌 결혼식의 사진을 부탁받은 것이다.

옳커니! 하고 거절을 했다. 내가 찍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플래시도 없고. 바디를 바꾼지 얼마 되지 않아 인터페이스마저도 손에 익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각종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내가 형인데~', '그래도 너랑 친하니까~' 기타 등등 친분관계니까 그런걸 해줘야한다는 듯 말을 한다. 


그리고 내가 찍어도 되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사진 그거 별것도 아닌데 좋은 카메라 있으니까 니가 찍을 수 있잖아'


'비싸기만 한데 굳이 그렇게 찍지 않아도 괜찮아'


'못찍어도 괜찮으니까 상관없어'







셋 다 틀렸다.


1. 사진은 별거다.  좋은 카메라 (흔히 말하는 조금 커 보이는 DSLR)를 가졌다고 사진을 잘 찍는게 아니다.


흔히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큰 카메라만 보면 하는 말이 있다. '카메라가 좋으니까' 사진이 잘 나온다고.

정말 개인적으로는 가장 듣기 싫은 말이다. 카메라가 좋은 것과 사진이 좋은건 전혀 다른 말이다.

운전면허를 막 딴 초보운전자가 포르쉐를 몰거나 마이바흐를 끌고다닌다고 해서 그 사람이 운전은 잘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2. 비싸기만 하다.


비쌀 만 하다. 비싼게 아니라 정말 비싼 값을 하는 것이다. 촬영 후 느낀 것을 좀 적어보자면


 1) 좋은 성능의 바디가 필요하다

 2) 좋은 성능의 렌즈가 필요하다

 3) 좋은 성능의 플래시가 필요하다

 4) 행사 중 동선에 빠삭해야하며 사전에 정리가 되어있어야 한다

 5) 행사 중 찍히는 사람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6) 행사 중 지치지 않아야 하는 체력이 필요하다



1,2,3번은 정말 기본이다. 물론 저렴한 카메라, 렌즈로도 못찍는건 아니지만 순간을 잡느냐 마냐는 기기적 성능이 큰 차이를 낸다. 

특히 두번의 기회가 없는 행사사진에서 순간을 놓친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대개 행사사진에서는 풀프레임 카메라에 최고급 렌즈를 사용하는게 기본이다. 거기에 조명도 어지간한거로는 쉽지 않다



옛날에는 그것보다 안좋은 카메라로 찍었는데 뭐가 대수냐고 하겠는데

당신은 2014년도에 2000년에 쓰던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싶겠는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사진의 품질을 급격하게 올려 놓은 것은 사실이다.



4,5,6번은 촬영자의 노동이다.

웨딩사진의 경우 식 전 메이크업, 본식, 원판, 폐백이 순서가 된다.

난 메이크업때는 시간이 안맞아서 가지 못했고, 본식, 원판만 진행했으며 폐백은 없었다.



촬영시간은 모두 3시간 30분이었다.

신부대기실, 본식, 원판 촬영 단 한번 앉지 못했고 12시부터 3시 반까지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

신부 대기실에서는 계속 밀어닥치는 친지, 친구들로 인해 단 한 순간도 쉬지 못했다. 

게다가 한장만 찍고 넘어가는게 아니기 때문에 (최소 3장 이상 찍는다) 정말 엄청나게 찍을 수 밖에 없다.

원판 다 찍고 내려가서 밥을 먹으려고해도 워낙 운동량이 많고 힘들어서 음식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만약에 메이크업, 폐백까지라면 여기에 3시간을 추가로 해야만 한다. 약 6시간 내내 앉지도 못하고 무거운 카메라 들고 사방 팔방 돌아다니면서 찍어야한다는 뜻이다.




 어두운 환경에서 손떨림을 방지하기 위해서 올바른 카메라 파지법과 사용 습관이 기본으로 갖춰져야 하는데 갓 DSLR배운 일반인은 아예 그런 습관이 배어있지 않다.

심지어 초점 맞추는 것 조차도 못하기가 부지기수이다. 만약 이 글을 읽으면서 단순히 뷰파인더에 보이는 포인트가 AF포인트라고 여긴다면 행사사진을 찍거나 부탁할 자격이 없다.

기초가 없다는 뜻이다.



 동선정리, 신부, 신랑과의 자연스러운 표정 연출, 단계 별 다양한 사진, 위치 별 다양한 구도를 구사해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절대로 찍을 수 없다. 다양한 구도, 본인만의 특별한 구도들은 사진사의 경험에서 우러나는데 일반인들에게 사진촬영을 부탁한다면 절대로 다양한 사진이 나올 수 없다. 게다가 플래시를 사용한다면 공간을 잘 이해하고 빛을 어느쪽으로 보낼 것인지도 판단해야 하는데 그건 DSLR 1-2년정도 찍었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경지이다.



촬영 후 사진 보정도 마찬가지이다


포토샵을 기가막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일반인이 포토샵을 프로뺨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자. 합성 한장 할줄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보정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포토샵을 잘하는 사람들은 액션을 저장해두고 빠르게 기본 보정을 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부 보정을 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한나절이 지나간다.



이 모든것들을 갖추어야 그나마 행사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본다. 

이는 몇년간 사진을 배우고 따라다녀야 생길 수 있는 노하우지 단순히 카메라가 좋아서 생기는 노하우가 아니다.



3. 못찍어도 되니까...


다시 되물어보면 

웨딩사진 잘 못찍어도 된다면 왜 굳이 DSLR을 가진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것인가? 

왜 사진 품질이 좋은 카메라를 가진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것인가?

그냥 똑딱이로 찍어도 되지 않는가? 


못찍어도 괜찮으면 아무 카메라로 찍어도 되는거다. 차라리 똑딱이 자동으로 놓는게 DSLR어설프게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잘 나온다.


못찍어도 된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 찍는사람은 엄청난 부담을 가지고 찍는다. 단 한번의 결혼식 사진이 자기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그 부담감은 장난이 아니다. 욕먹을걸 각오해야하고 애초에 본인이 찍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 더욱 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부탁하게 된다면 최소한 사진사에게 성의를 보이자. 사진사가 자발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탁하는 입장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하루를 다 써가며 사진을 찍고 몸이 녹초가 되었는데 그에 대한 보답이 감사하다는 말 뿐이라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는가.







사진을 찍는건 공짜가 아니다. 

찍을 수 있는 사람이 엄청난 노력을 해야만 가능 한 것이고, 그에 따른 장비도 갖추고 있어야한다.

상대방의 카메라는 당신의 행사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산 것은 결코 아니며

사진을 공부한 것도 당신의 행사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공부한 것이 아니다.





이런 모든 것들은 결국 친분관계를 빌미로 한 협박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상하관계에서 두드러진다.

친할 수록 배려해야 한다는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친할 수록 사진에 같이 나와야함이 당연한 것이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금전적 이득을 위해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은 몰상식한 처사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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